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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월 28일 23시에 귀여운 딸이 태어났다. 이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되던 해인 2000년 봄, 어머니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이 아이가 큰 딸인데 공부도 공부지만, 그것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학교 갔다 오면 방에만 처막혀 있다고... 그런 증상들이 어릴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했다는 얘기였다.
난 딸이 태어날 때 타고난 우주오행의 기운을 살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유학을 보내자, 그것도 혼자 가는 것으로...' 그랬더니 어머니는 아빠와 상의해 봐야겠다고 했다. 부모가 옆에 있어도 마음이 안 놓이는 자식을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 그것도 나이도 어린 자식을 혼자 보낸다는 것은 아마 어떤 부모일지라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내 말을 믿고 그리 멀지 않은,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나마 가정형편은 넉넉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다행이 아이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대학은 한양대 안산캠퍼스 일본어과에 당당히 합격해 들어갔다.
2007년에는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가서 공부했고, 2010년 가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다.
사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의 타고난 우주오행의 기운에 의해 점차적으로 삶의 재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부모에게 인정받고자, 어쩔 수 없이 공부한다는, 어느 것 하나 애착을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점차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길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뻔히 소통의 문이 닫혀가는 것을 옆에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어떤 변화나 자극을 줘서라도 소통의 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인가? 나로선 무척 고민스런 부분이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변화,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나이도 어린 학생 신분으로...... 그러한 점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삶에 대한 애착을 지니지 않을까 난 생각했다.
다행이 아이의 부모는 내 말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기에 강력하게 유학을 보내라는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 혼자 일본에서 3~4년을 홀로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삶의 묘미와 재미를 깨우쳐 지금은 당당하게 떳떳한,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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